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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화 검사의 채식사랑] 오래된 미래

김주화 부산동부지청 검사

당신은 지금 우주 저 멀리 몇 백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지구의 표면 위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대지에 내리쬐는 햇살 사이로 온갖 생명들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맑고 푸른 바다 덕분에 지구는 마치 빛나는 옥구슬 같다.

대지 위에는 다채로운 초목과 꽃들이 가득하다. 창조주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동물들은 서로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간다. 지구에 거주하는 존재 중 가장 높은 의식을 지닌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을 사랑으로 돌보았고 모든 생명들이 존엄과 평화를 누리는 지구는 마치 천국과 같다.

하지만 늘 지구가 이토록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다. 머나먼 과거에 인간들은 땅이나 식량, 여러 자원들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인간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는 커다란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물질에 탐닉할수록 과학적 진보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생존 경쟁은 치열해져 굶주리는 사람도 늘어났다. 땅과 물질을 더 차지하려는 인간의 다툼 사이에서 소리 없이 희생된 것은 다른 존재들이었다. 동물과 초목이 차지할 공간은 나날이 좁아져 갔다. 야생 동물은 살아갈 서식지를 파괴당했고, 자연 속에서 먹을 것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마을로 내려오면 사람들에게 잡혀 죽음을 당했다. 어떤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 평생을 갇혀 고통스럽게 살았는데 인간은 그런 방식으로 인류 전체 수보다도 더욱 많은 동물을 길러 죽여 음식으로 취급했다. 지구 전체에 걸쳐 기아, 빈곤, 질병, 환경오염, 자연 재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인류는 그들의 행적을 돌아보면서 서서히 자연의 중요성과 신의 섭리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우주적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생명의 본질은 영혼이며, 영혼은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는 것을. 영혼은 진보하기 위해 우주 저 멀리에서 지구라는 학교로 내려오는데 이때 필요한 옷이 바로 육체일 뿐임을. 영혼이 떠날 때에는 지구가 제공한 모든 물질과 육체마저 남겨두고 간다는 사실을. 그 어떤 생명도 지구에서 거주하고자 다른 생명의 옷을 빼앗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지구에 태어난 각각의 생명체 그 어떤 물질보다도 존귀하며, 고유한 의식과 목적을 지니기에 강제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신의 뜻에 거스르는 것임을.

그 후 인류는 관습과 법률을 뛰어넘어 최고의 원리로 생명에 대한 사랑과 자비를 선택했다. 지구가 제공하는 모든 것들은 사랑과 자비의 원칙에 따라 다른 생명들과 함께 누렸다. 이러한 사랑과 평화의 에너지가 지구 전체에 요동치자, 더 이상 다툼이나 살육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사야서 제11장 6~7절의 성경 구절은 현실이 되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은 염소와 송아지, 사자와 함께 놀고, 고양된 인류는 어린 아이처럼 그들을 이끌었다.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은 함께 뒹굴며 사자는 소처럼 짚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