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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화 검사의 채식사랑] 이스터 섬의 교훈

김주화 부산동부지청 검사

태평양 극동 지방의 한 섬인 이스터 섬에는 고대 석상들 600여개가 황무지에 위에 서 있다. 이스트 섬은 나무가 없는 불모지로 짐수레를 끌 만한 짐승도 없었다. 살아남은 소수의 원주민들은 식량이 부족한 절박한 상황에서 식인종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과학적 조사를 통해 이 섬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6세기 경에 대양을 건너 소수의 폴리네시아인이 이 곳에 정착했다. 농작물 수확, 카누 제작 등으로 많은 숲을 벌목했고 석상 운반 과정에서도 많은 벌목이 이루어졌다. 인구가 증가하자 삼림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생태적인 혼란이 시작되었다. 음식물 화석에서 나온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1500년경부터 음식에서 물고기가 사라졌는데 이 시기는 인구수가 최고조를 이룬 뒤 감소되던 때였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어린 나무가 자라서 새 카누를 만들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나 보다. 그 결과 산림이 파괴된 맨 땅이 사막화되면서 인간 사회는 멸망하고 말았다.

‘지구’라고 불리는 좀 더 큰 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지구는 이스터 섬보다 더 넓지만 ‘돈’이라는 매개물로 다양한 자원과 다른 생명체들까지도 소유, 소비하여 지구 반대편까지 막강한 영향을 준다.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식사로 동물을 먹는데 동물에게는 지구에서 수확되는 곡물의 36%를, 콩의 74%를 먹이로 준다. 돈이 없는 반대편 마을 사람들은 곡식조차 살 형편이 안 되어 굶어 죽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곡식을 동물에게 주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지구 섬에서는 얼음이 덮여있지 않은 지표면의 3분의 1이 식용 동물을 위한 목초지가 되었고, 지구 전체 경작지의 33%가 사료용 곡식을 기르는데 사용되었으며 아마존 숲의 70%가 동물을 기르는 공장이나 사료로 쓰이는 작물 재배로 벌목이 되었다. 그 결과 섬 전체 온도가 높아져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저지대의 섬나라들이 침수되며 여러 자연 재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스터 섬 주민들로 돌아가 보자. 만약 그들이 일찍 계획을 세웠다면 숲을 회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열매를 먹지 않고 산림복구를 위해 남겨 두었거나 마지막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섬으로 갈 수 있는 카누라도 만들었다면 문명의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구 섬 주민들은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 지구 섬 스스로 회복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에는 제 역할이 있다. 나무가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듯이 우리를 포함한 이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를 돕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편히 살아 갈 수 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스터 섬 주민들처럼 우리 스스로 공멸할 지도 모른다. 나무 한 그루를 죽이고 동물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우리는 우리 안의 작은 일부를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